이전 글 2021.07.07 - [2. 책을 읽어드려요/인문교양서] - [☆ 5.0/5.0] '사피엔스' 읽어드려요. (4)
오늘은 사피엔스의 마지막 장, 제 4부. '과학 혁명'을 읽어드릴게요. 긴 여정의 마지막 글입니다.
키워드
과학과 자본에 투자하다
급격한 기술 발전
사피엔스, 신이 될 것인가? 종말할 것인가?
1. 과학 혁명과 자본
우리는 첫 장에서 사피엔스에게 일어난 인지 혁명을 알았습니다. 존재하지 않는 것을 상상하는 능력이 생겼고, 이를 사회 구성원끼리 약속할 수 있었습니다. 이어지는 농업 혁명을 계기로 커다란 사회를 구성하게 되었고, 국가, 나라, 계급, 법, 종교 등 추상적인 개념이 생겨났습니다.
과학 혁명은 단순히 우리가 생각하는 '과학의 발전'에 그치지 않습니다. 과학 혁명은 지금까지와는 180도 달라진 인식의 변화 위에 일어났습니다. 그것은 바로 '진리는 없다'는 것입니다.
과학을 설명하는 요소가 몇몇 있습니다. 하라리 박사의 생각을 빌려, 저는 ① 귀납과 ② 반증 가능성을 들고 싶습니다. 사실을 설명하기 위해, 먼저 가설을 세웁니다. ① 귀납을 통해, 자연을 관찰하면서 이론을 세운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검증된 이론은 한 시대에 올바른 과학적 사실로 간주됩니다. ② 그러나 언제나 반대 증거가 등장하면 뒤집힐 수 있습니다.
과학 혁명은 인간이 자연을 모르고 있다는 것을 인정했음을 의미합니다. 이 함의는 참 놀랍습니다. 과학 혁명 이전의 사실들은 신이 내린 무조건적인 진리였습니다. 태양이 지구 주위를 돌고 있고, 인간은 신이 빚은 존재였습니다. 사람이 죽으면 영혼이 빠져나가고 이는 진리로 여겨졌습니다. 그러나 과학적 연구방법을 통해 기존 이론이 뒤집혔습니다. 이는 인간의 무한한 탐구의 시작이었으며, 절대적 진리로부터 탈출하기 시작했음을 의미합니다.
과학의 발전은 서구를 중심으로 일어났습니다. 그들이 다른 나라에 비해 똑똑하거나, 강대국이었기 때문이 아닙니다. 우연히 '우리는 세상에 대해 무지하구나'라는 사상을 다른 나라에 비해 강하게 가지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 서구의 초기 과학 혁명은 제국주의와 해상 무역, 탐험과 결부되었습니다.
과학 제국은 잘 살고 있던 바다 건너의 나라를 탐험했습니다. 그리고 압도적인 기술력으로 식민지를 만들었습니다. 식민지를 포함한 여러 나라와 무역했습니다. 그 배에는 탐험가뿐 아니라 높은 기술로 무장한 군대와 과학자들도 함께였습니다. 과학 혁명으로 높아진 생산력과 교역 기술, 탐험 기술을 통해 상상할 수 없는 자본을 만들어내기 시작했습니다. 자본가들은 탐험가들에게 투자했고, 탐험은 확산되었습니다.
과학 혁명으로 생성된 자본은 다시 과학 기술의 연구로 흘러들어 갔습니다. 예전에는 돈을 무작정 모아두거나, 사치를 위해 사용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것으로 여겨졌습니다. 축제와 파티를 여는데 집중했습니다. 그러나 과학 혁명 이후로는 다시금 과학과 기술의 발전에 자본을 투자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는 선순환을 이루어 급격한 기술의 발전을 도왔고, 과학 기술을 소유한 나라와 기득권이 점점 큰 힘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급격하게 늘어난 자본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단순히 돈을 모아두기만 하지 않았습니다. 투자가 일어났습니다. 은행은 돈을 빌려주는 것을 반복하여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부를 끊임없이 만들어냈습니다. 주식회사는 주식을 팔아 가상의 자본을 만들고, 출자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사업을 해 이윤을 생성했습니다. 마치 과학 혁명으로 발생한 자본을 다시 기술 개발에 투자하는 것처럼, 돈이 돈을 낳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이는 또 다른 형태의 약속입니다. 저는 투자의 개념이 크게 확산되었다고 정리하고 싶습니다. 과학 혁명 이전에는 과학이나 자본 자체에 신용을 가지고 무조건 투자를 할 수가 없었습니다. 어차피 이 세상에 있는 부의 총량은 한정되어 있었으니까요. 그러나 과학 혁명을 통해 이러한 패러다임은 전환되었습니다. 인류의 부와 과학 기술은 끊임없이 우상향 합니다. 즉, 미래에는 더 많은 부와 더 많은 에너지, 더 훌륭한 과학 기술이 있을 것입니다. 실재하지 않는 것에 과감히 투자합니다. 이는 과학 기술의 발달에 석유를 붓는 격이었습니다.
2. 사피엔스가 마주한 갈림길
과학 혁명이 일어나고, 과학과 기술은 급격하게 발달했습니다. 이런 발달은 동일한 속도로 지속되지 않아요. 잠시 두 그래프를 보실게요.
우리는 과학기술의 발달을 무의식적으로 좌측, 일차함수 그래프로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1980년부터 2000년까지 20년의 기술 발전과 2000년과 2020년의 기술 발전이 같은 속도로 일어난다고 생각해요.
그러나, 사실 과학은 우측, 지수함수 그래프의 형태로 발전해 왔습니다. 1980년부터 2000년까지의 발전 속도와 2000년부터 2020년의 기술 발전 속도는 완전히 달랐습니다. 단순히 우리 경험을 되새겨 보더라도 알 수 있지요. 지난 20년과 앞으로의 20년은 완전히 다른 속도로 발전할 것입니다. 게다가 AI가 기술의 발전에 기여하기 시작하면서 우리가 지금껏 경험해보지 못한 속도로 기술이 발전할 가능성이 큽니다.
과거 기술 발전도 지수함수 그래프로 급격히 빨라져 왔습니다. 이러한 기술의 발전은 히로시마, 나가사키에 원자폭탄이 투하되며 분기점을 맞이했습니다. 인간의 진화 속도, 문화의 발전 속도를 아득히 뛰어넘은 기술의 진화는 사피엔스가 사피엔스를 멸종시킬 수 있을 정도에 도달했습니다. 핵의 발견은 인류에게 큰 경각심을 주었습니다. 역설적으로 동시에 강한 전쟁 억지력으로 작용합니다.
아서 클라크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충분히 발달한 과학 기술은 마법과 구별할 수 없다." 어느 순간 기술의 발달이 우리의 인지를 뛰어넘는 특이점이 올 것입니다. 지금도 생명공학, 유전공학 등의 다양한 프로젝트가 실시되고 있습니다. 질병을 정복하고, 노화를 되돌리는 등 무한한 생명 연장의 꿈이 실현되고 있습니다.
어느새 '신'은 자연스레 잊히고 있습니다. 도덕과 윤리 체계도 큰 도전에 마주했습니다. 보편적인 인간의 존엄성도 점차 혼란스러워지고 있습니다.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취업, 내 집 마련, 지역 갈등, 성별 갈등, 정치적 올바름과 같은 문제는 이러한 관점에서는 별 것 아닐지도 모릅니다. 인류는 전 지구적으로 통합되고, 머지않아 지구를 떠나 우주로 생활권이 확장될 것입니다. 인간은 새로운 종을 창조하고 있고, 자연선택이 아니라 스스로 진화의 길을 선택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사피엔스의 손으로 스스로 종말시킬 수 있는 힘을 얻었습니다. 사피엔스는 신과 종말이라는 갈림길 앞에 서있습니다.
3. 마치며
과학 기술은 우리에게 행복을 가져다주었을까요? 몇 세기 전, 사망률이 높고, 부의 총량이 적었던 중세 시대의 사람들과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행복 설문조사'를 동시에 실시했다고 생각해 보겠습니다. 오히려 중세 시대의 사람들이 더 행복했을 수도 있어요. 그들에게는 신이 있었고, 절대적인 진리가 있었고, 죽으면 기다리는 천국이 있었습니다.
우리는 불확실성의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전능한 존재가 우리를 설계했다는 것이 사실인지, 거짓인지는 모르겠습니다. 다만 사피엔스가 전능한 존재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다른 생물종을 개량하고, 사피엔스 자체를 업그레이드하고 있습니다. 수명이 늘고 전쟁이 줄었으나 기존의 공동체 개념이 파괴되며 혐오와 갈등의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생활은 편리해졌지만 마음과 의식 수준이 그것을 따라가지 못합니다. 굶어 죽는 사람은 줄었지만 부의 편향은 여전합니다. 전통적인 종교는 점차 부정되었지만, 행복한 삶을 살고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기 위해서는 또 다른 신인 '자본'을 숭배해야 합니다.
개인에게 부여된 자유는 생각보다 큰 불행을 낳았습니다. 혹은, 자유롭다 인식하고 있지만 역설적으로 모든 것에 구속된 채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행복의 개념이 모호해졌습니다. 신의 말씀을 따르면 행복해진다는 과거와는 달리, 행복은 단순히 호르몬의 작용이라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우리는 진화적으로 성공하고, 어느새 자연의 진화 법칙을 뛰어넘었습니다. 그러나 한편엔 이런 질문이 떠오르는 것을 막을 수는 없습니다. "우리는 과연 DNA의 운반수단일 뿐일까? 진정한 행복이란 무엇일까? 삶의 의미는 무엇일까?"
유발 하라리는 책의 말미에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는 "어떤 존재가 되고 싶은가?"라는 질문 이전에, "우리는 무엇을 원하는가?"라는 질문을 마주하고 있다.
전 지구적인 과학 기술의 발달 속에서, 신과 종말의 두 갈림길 앞에서 사피엔스의 인간성은 희미해지고 있습니다. '목적지'보다는 '방향'을 생각해야 한다는 시사점을 줍니다.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는 인류의 역사를 세 혁명 단계를 통해 살핍니다. 자칫 어렵게 느껴질 수 있으나 다양한 사례를 도발적이고 위트 있게 제시해 쉽게 몰입할 수 있는 책입니다. 무엇보다, 독자에게 인류의 방향에 대해 진지한 물음을 던집니다.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는 너무나 힘들고 바빠 자신밖에 생각하지 못하곤 합니다. 이 책을 읽으며 사피엔스라는 '종'이 나아갈 방향을 고민하며, 나는 지금 어디를 향해 나아가고 있는지 생각해 보셨으면 합니다.
사피엔스, 일독을 권합니다.
다음으로 읽어드릴 책은 조던 피터슨의 '질서 너머'가 될 것 같습니다. 이번 시간은 여기까지 할게요.
21.7.8.
https://book4child.tistory.com/38
'2. 책을 읽어드려요 > 인문교양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서평] 공정하다는 착각 (1) (0) | 2021.07.30 |
---|---|
[서평] 밤의 도서관 (1) | 2021.07.18 |
[서평] 사피엔스 (4) (0) | 2021.07.07 |
[서평] 사피엔스 (3) (1) | 2021.07.06 |
[서평] 사피엔스 (2) (0) | 2021.07.06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