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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사피엔스 (3)

by 곽선생님 2021. 7.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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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0/5.0] '사피엔스' 읽어드려요. (2)

 이번에는 저번 글에 이어서 유발 하라리 '사피엔스'의 제 2부. 농업혁명을 읽어드릴게요. 이전 글 [☆ 5.0/5.0] '사피엔스' 읽어드려요. (1) 안녕하세요? 곽선생님입니다. 오늘은 유발 하라리의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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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
하나로 통합되는 인류
통합의 시작, 화폐
제국주의의 두 얼굴
제국주의는 현재진행형

 

오늘은 지난 시간의 '인지 혁명', '농업혁명'에 이어 제 3부. 인류의 통합화폐, 제국주의를 읽어드릴게요.

 

출처: 교보문고 누리집


1. 인류의 통합: 화폐의 법칙


 지난 시간 복습을 하겠습니다. 언어가 바탕이 된 인지 혁명을 통해, 사피엔스는 존재하지 않는 것을 있다고 약속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언어, 화폐, 법률, 국가, 종교 등 실재하지 않는 것을 약속하고 이를 바탕으로 어마어마하게 큰 사회를 구성했습니다. 농업 혁명은, 비록 그 자체가 무조건적인 안정성을 보장하지 않았고 건강에 좋지 않다는 문제는 있었지만, 아무튼 높은 생산성을 바탕으로 인구의 급격한 증가를 도왔습니다. 나아가 사유 재산 개념의 발생으로 계급이 발생하게 되었지요.

인류 역사의 화살은 어디로 향하고 있을까요? 분열? 통합? 아니면 이도 저도 아닌가요?

 이번 장에서는 다음 혁명인 '과학 혁명'을 다루기 이전에 인류 역사의 방향에 대해 논의하고 있습니다. 농업 혁명과 과학 혁명 사이의 연결고리를 설명하기 위해서요. 즉, 이번 장은 농업 혁명이 일어난 기원전부터 과학 혁명이 일어난 근현대까지의 간극을 정리합니다.


 명실상부하게 인류의 방향은 통합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국지적으로 이해하면 의문이 들 수 있어요. 우리나라만 해도 남북이 나뉘어 있지 않나요? 또 종교 분쟁, 이념 갈등이 여전히 남아 있지요.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다툼과 전쟁을 쉽게 접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인류의 시작부터 지금까지 긴 시간을, 인공위성에서 보듯이 전 지구적인 시각에서 살펴보아야 합니다. 빅 히스토리적 관점과도 관련이 있겠네요. 과거에는 셀 수도 없는 도시 국가와 부족들이 끊임없이 부딪혔습니다. 그리고 집단마다 각기 다른 문화가 있었습니다(우리가 이야기한 '약속'으로 뭉쳐진 집단이겠지요).
 반면 지금은 거대한 두 이념이 세계의 대부분을 움직이고 있습니다. 서구 세계의 거대한 문화가 세계를 지배하고 있고요. '한류'도 하나의 큰 물결이 되어 여러 세계에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전 지구적으로 같은 단위, (환전이 가능한 한, 달러화를 중심으로 하는) 같은 통화, 같은 과학과 같은 기술로 소통합니다. 심지어는 인터넷을 통해 세계가 같은 소식을 접하고 같은 유머를 공유하기도 합니다.


 그 시작을 유발 하라리는 통합의 첫 번째 법칙, 화폐의 법칙으로 보여줍니다.

이 코인도 약속이 되었다는 측면에서 화폐입니다만.......

 화폐에는 보편적인 두 성질이 있습니다. 화폐는 보편적으로 무엇과도 교환될 수 있고, 보편적으로 누구나 좋아하며 신뢰할 수 있습니다.

 

 태초에 물물교환이 있었습니다. 김치 잘 담구는 김 씨와, 장화 잘 만드는 장 씨와, 나무 잘하는 나 씨가 살았다고 쳐요. 김 씨는 김치를 교환해 멋들어진 장화와 장작을 구매했습니다. 장 씨와 나 씨도 같은 마음으로 물건을 교환했고요. 그들은 물물교환을 하기로 한 곳에 모여 원하는 물건을 얻은 뒤 낑낑거리며 집으로 돌아가곤 했답니다. 그런데, 아뿔싸! 어느 해에 홍수가 거하게 나서 김치 농사가 망했습니다. 반면에 장 씨는 비가 많이 와서 장화가 동나버렸고, 비싸게 팔기 시작했어요. 나 씨는 비가 와서 도통 산에 올라가 나무를 캘 수가 없었답니다. 이러한 현상이 비단 김, 장, 나씨 뿐만 아니라 사회 곳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났어요

 

 사람들은 '무언가 적당히 귀한 것으로, 정확한 가치를 보장해줄 수 있는, 그러면서도 가볍고 휴대가 편한...... 아무튼 좋은 것'을 원했답니다. 그것이 바로 화폐의 시작입니다. 즉, 화폐는 존재하지 않는 것에 대한 사회 구성원의 약속이었어요.

초기에는 이런 조개로 화폐를 대신하곤 하였답니다. 출처는 국립중앙박물관입니다.

 초기의 화폐 형태를 벗어나고, 세계는 어느새 금과 은 등을 기초로 한 화폐를 사용했습니다. 심지어는 형태가 비슷한 화폐가 많이 나타났어요. 그 이유는, 그 화폐들이 권위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로마 제국과 교역한 나라들은 로마 제국의 화폐 형태를 따랐습니다. 심지어는 자기 나라에서 사용하지 않는 화폐라도 "음, 이 화폐는 인정이지."라고 생각하며 사용했어요. 로마 제국의 국력과 로마 제국 황제의 얼굴이 이를 보장했기 때문입니다. 중국은 금괴와 은괴 등을 사용했는데, 중국과 교역하는 나라들도 마찬가지였어요. 즉, 강력한 나라가 강력한 약속을 제공하는 것입니다. 강국이 화폐에 영향력을 미치는 모양새는 뒤에 이어질 제국주의와 문화에서도 비슷한 양상으로 나타납니다.

 

 이런 의문이 들 수 있습니다. '멀리 떨어진 어느 나라에서는 옥색 조개껍데기를 화폐로 사용하는데 다른 나라에서는 금을 화폐로 사용하면 어떻게 하지?' 이런 고민은 '가치가 다른 두 화폐가 어떻게 교역에서 사용될 수 있었는가' 하는 의문과 일맥상통합니다. 이런 답이 있습니다. 상인들이 두 나라를 오가며 조개가 비싼 나라에는 조개를 팔고, 금이 비싼 나라에는 금을 팔아버립니다. 결국에는 두 화폐의 가치가 균형이 맞게 됩니다.

 

 화폐의 법칙, 즉 화폐의 통합은 세계의 활발한 교역을 불러왔습니다. 그리고 그 어떤 이념보다 강렬했죠. 화폐의 발생으로서 세계는 첫 번째 통합을 이루게 됩니다. 


 

2. 인류의 통합: 제국주의


고대 로마를 생각하면서 빌려온 사진입니다.

 다음 통합의 법칙은 제국주의입니다. 우리는 제국주의에 대해 좋은 인상을 가지고 있지 않죠. 일본 제국주의의 침략을 받은 역사가 있기 때문일까요? 비단 우리뿐 아니라, 세계 어디를 가더라도 '제국주의자'라는 말은 굉장히 부정적인 의미로 쓰이곤 합니다.

 

 제국주의의 본질이 폭력과 침략임은 맞습니다. 제국을 정의할 수 있는 두 요소를 하라리는 이렇게 제시합니다. 첫째로, 한 제국 내에 여러 나라가(즉, 여러 문화가) 속해 있어야 합니다. 둘째로, 제국의 국경은 고정적이지 않고 유동적이어야 합니다.

 

 여기서 논의를 진전시켜 보겠습니다. 먼저 '한 제국 내에 여러 나라가 속해 있어야 한다'라는 점은, 제국이 다른 나라의 문화적 고유성을 제거할 수 있다는 말입니다. 그 나라의 문화 자체를 제거해버리기도 하고, 문화 융합을 통해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내기도 합니다. 대표적으로는 우리에게 익숙한 그리스 로마 신화가 있겠습니다. 그리스 문화와 로마 문화가 융합된 케이스입니다. 그리고 '국경이 유동적이다'라는 말은 작은 제국도, 큰 제국도 있을 수 있다는 말입니다. 거대한 페르시아 제국도 제국이고, 다소 작은 잉카 제국도 제국입니다.

진시황릉입니다.

 의외로 이렇게 제국이 약소국의 문화를 침탈하고, 지배하는 데에는 좋은 이념(?)이 동반되기도 했습니다. 서로 마주치면 죽이고 못살던 고대 인류와 사피엔스와의 갈등과 달리, 제국은 신의 뜻을 빌어 약소국이 진정으로 행복하길 바라곤 했습니다. 선의를 담아 통치의 손길을 내밀었다는 것입니다. 물론 약소국의 입장은 고려하지 않았지만요. 대표적으로 중국의 황제를 뜻하는 '천자'를 예로 들 수 있습니다. 천자는 신의 뜻을 받드는 하늘의 자식이라는 뜻입니다. 세상의 중심은 중국이요, 나머지는 오랑캐니 하늘의 자식인 천자가 너희들을 따뜻하게 품어 주겠다는 것이지요.

 

 이렇게 여러 강대국이 제국이 되어 다른 나라를 식민지로 삼았습니다. 그 식민지의 고유 문화는 말살되거나 융합되어 본래의 형태를 찾기 힘들게 되었습니다. 그러면 아까의 화폐의 등장에 이어, 어떻게 제국주의가 통합의 화살에 힘을 실어줄 수 있을까요?
 '사피엔스'를 관통하는 주제는 '약속'이라고 생각합니다. 실재하지 않는 것에 대한 사회 구성원들의 합의지요. 식민지의 사회와 문화를 구성하던 약속이 깨지고 커다란 제국의 약속에 통합되기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제국주의를 바탕으로 한 통합이 시작되었습니다.


3. 제국주의의 두 얼굴과 2021년의 제국주의


 저는 글을 쓰며 특정한 정치 이념을 드러내려고 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사피엔스'를 읽어드리다 보니 계속 걱정이 됩니다. 이전 글에서는 '정의는 존재하지 않는다'라는 말을 하며 약속은 기득권이 만든 것이라고 하지를 않나, 이번 글에서는 제국주의를 말하며 문화적 침략을 논하지 않나....... 마치 사회주의나 아나키스트가 된 것 같은 느낌입니다.

 

 하지만 현명하신 독자님들이 직접 느끼셨겠지만, 저는 물론이거니와 유발 하라리가 정의는 없다던가, 정치적으로 진보적인 스탠스를 취하거나, 정부가 필요 없다고 말하거나, 기득권은 다 몰살해야 한다고 말하거나, 제국주의는 쓰레기라든가 하는 말을 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과거의 일들을 굉장히 건조하고 냉정하게 서술하고 있습니다. 피가 푸른 색일 것 같은 하라리 박사의 말씀을 들어보겠습니다.

 

 전 글에서 말했다시피 '정의는 없다'라는 말은 '정의는 물리법칙처럼 객관적인 것이 아니다. 사회적 약속이다. 사피엔스는 윤리적으로 옳은 정의를 추구해야 한다.'라는 함의가 있습니다. 하라리 박사는 '정의가 없다'라는 도발적인 말을 할지언정, 정의의 중요성은 남모르게 역설하고 계십니다. 마찬가지로 제국주의와 그 문화에 대해서도 마냥 비판하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제국주의를 통해 융합되어 새롭게 탄생한 사회와 문화는 발전된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고, 더 아름다워졌기도 하다고 말합니다.

우리의 아픈 기억, 일제강점기의 사진입니다. 출처는 위키피디아.

 반대로 우리가 그랬듯 식민지에 살던 사람들이 제국에 의하여 아무리 서구적으로 '발전된' 문화를 접한다고 하여 모두 행복했을 리가 없습니다. 자신들이 살아왔던 사회의 문화와 관습을 벗어던져 새로운 문화를 받아들인다는 것은 고통이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제국이 '선의'로 포장된 손길을 내민다고 해도 수많은 폭력과 압제가 있었을 것입니다. 실제로 식민지 융화정책을 취한다 해도 모든 식민 국가에서 원주민들은 제국의 신민들에 비해 사회적으로 낮은 계급에 위치해 박해받고는 했습니다. 기존 제국의 사람들은 원주민들이 본인과 같은 위치로 오는 것을 마음에 들어하지 않았고요. 유발 하라리도 이 점을 분명히 알려줍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라리 박사는 극단적인 민족주의자가 '내 민족의 고유한 문화를 찾겠다!'고 하는 말에는 그다지 동의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영국의 식민지배를 받았던 인도의 민족주의자 '카심 씨'가 인도의 고유문화를 찾겠다고 부르짖으며 타지마할 앞에서 사진을 찍었다면 하라리 박사는 이렇게 말할 것입니다.

인도 아그라의 타지마할입니다. 건축자는 샤 자한, 시기는 17C, 출처는 위키피디아.

 유발 하라리 왈, "카심 씨. 당신이 영국이 억지로 인도에 밀어넣은 서구 문화를 너무나 싫어한다는 점은 알겠습니다. 많이 힘드셨죠? 당시에는 서구 문화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긴 했겠지만요. 그런데, 타지마할도 무굴 제국이 인도를 식민 지배 할 때 세워진...... 심지어 페르시아, 터키, 인도, 이슬람의 건축 양식이 모두 합쳐진 건축물이잖아요."

 

 이 냉정한 하라리 씨의 말이 거부감이 느껴지시더라도, 잠시 한 발짝 물러서서 생각해 봐요. 하라리 박사는 '당신네들은 끊임없는 식민 지배를 받아 왔다'는 말을 하려는 게 아닙니다. 비단 인도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의 문명은 끊임없이 충돌하고 융합하며 새로운 문화를 발전시켜왔습니다. 하라리 박사는 문화 무용론을 펼치는 것이 아닙니다. 단지 문화는 유기체처럼 끊임없이 변화하고 발전하며 서로 상호작용을 해 왔다는 것을 말합니다. 아, 무정한 유발 하라리!


 제국주의는 2021년에도 현재진행형입니다. 식민지를 만들고, 문화를 약탈하고 계급을 나누는, 그런 전통적인 제국주의 말고요. 하라리 씨처럼 냉정하게 생각해 봐요. '지구 제국주의'의 시대입니다. 전 지구적인 단체들이 범람하고 있습니다. 전 지구적인 정치와 경제 간섭, NGO가 등장했습니다. (강대국-제국-은 어디 숨어있을까요?) 시민들은 다른 나라의 시민들에게 자신들의 정치적 올바름을 강요합니다. 구글과 유튜브를 통해 얼굴 없는 다른 나라의 문화가 다른 나라의 문화와 마주하며 흡수하고, 스며들고, 변화하고, 발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현상은 가속되고 있습니다. 

 여기까지 읽어보니 어째서 제국주의가 두 번째 통합의 법칙인지 확실하게 와닿습니다. 다음 시간에는 세 번째 통합의 법칙, 종교의 법칙에 대해서 읽어드리겠습니다. 이번 시간은 여기까지 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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