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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사피엔스 (4)

by 곽선생님 2021. 7.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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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인지 혁명', '농업 혁명'에 이어서 제 3부. 인류의 통합종교의 법칙에 대해 읽어드릴게요. 글에 앞서, 저는 특정 종교의 선호를 드러내거나 신의 유무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습니다. 역사적 서술이라는 점을 이해해주세요.

키워드
종교, 사피엔스를 구속하는 도덕법칙
현대의 종교: 이데올로기
인본주의

출처: 교보문고

1. 종교의 법칙


2021년에도 많은 종교가 있습니다. 그러나 소수 종교를 제외하면 거대한 종교로 기독교, 불교, 이슬람교를 꼽을 수 있습니다. 지난 시간 내용이 기억나시나요? 옛날에는 지금보다 훨씬 많은 문화가 있었어요. 그런데 제국의 확산에 따라 많은 문화의 고유성이 말살되어 하나로 통합되었습니다. 지금은 전 세계적으로 같은 문화를 공유하는 '지구 제국주의'의 시대입니다.

예루살렘의 3대 종교입니다. 출처는 한경닷컴입니다.

종교도 마찬가지입니다. 인류가 통합의 길로 나아가던 처음, 문화마다 수많은 크고 작은 종교들이 있었습니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거대한 종교가 작은 종교들을 잡아먹으며 그 세를 키워갔지요. 그러니 종교 또한 통합의 법칙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입니다.

그렇다면 종교는 어떤 역할을 할까요? 역시 '상상 속의 실재', 즉 약속입니다. 다만 이는 법과는 성질이 다릅니다. 법은 사피엔스 사이의 계약에 의한 것입니다. 하지만 종교는 신과의 약속입니다.

  
① 종교는 인간의 변덕이나 계약의 산물이 아닌 초인적 질서가 있다고 여깁니다.
② 종교는 이 질서를 바탕으로 인간을 구속합니다.

  

신에게 권리를 부여받은(그렇게 약속한) 왕이 법을 세웠습니다. 어기면 처벌을 받습니다. 구성원들의 자유를 억압하며 사회의 안정을 꾀합니다. 하지만 종교는 그 자체로 도덕과 행동의 기준이 됩니다. '선과 악'을 나눕니다.

십자군 전쟁 당시, 민중 십자군의 출발. 예루살렘을 지배권을 놓고 다투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종교는 법이나 규율이 메꾸지 못하는 사회의 구멍을 채울 수 있습니다. 구성원들에게 강한 결속력을 부여했습니다. 때로는 다른 국가에서 살더라도 같은 종교를 믿는다면 거대한 공동체가 형성됩니다. 같은 종교를 믿는 여러 나라가 연합해 다른 종교를 믿는 연합과 전쟁을 벌였습니다. 심지어 16-17C의 기독교 신학 논쟁에서는 교리 해석에 따라 예수의 이름 아래 서로를 죽였습니다.


2. 종교의 발생


African Songye Power Figure. the Indianapolis Museum of Art(자료 Wikimedia Commons)


시작은 애니미즘이었습니다. 인간의 인식으로 해석하기 어려운 자연물에 사피엔스는 신성을 부여하기 시작했습니다. 천둥이 치는 것은 하늘이 분노한 것입니다. 동물을 도축하거나 나무를 베기 전에는 사과를 했습니다. 동물과 식물에게도 모두 정령이 깃들어 있습니다. 즉, 이 단계에서는 사피엔스와 천지 만물이 같은 위치에 있었습니다. 천지만물이 나름의 질서를 유지하고 있는 것입니다.

제물을 바치는 제단입니다. 출처는 위키피디아.

어느새 사피엔스는 다른 동식물, 무생물보다 우월하게 되었습니다. 농업혁명이 시작되며 동물과 식물을 경작하게 되었습니다. 환경을 바꾸고, 가축화를 시작했습니다. 자연스럽게 동물과 식물에 신이 깃들어 있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들은 상상 속에 존재하는 '신'에 대해 약속했습니다. 큰 힘을 가진 신이 인간들에게 동물과 식물을 마음대로 할 권리를 주었다고 약속했습니다. 농사가 되지 않거나 가축이 병든다면, 사피엔스는 옛날과 달리 신에게 공물을 바쳐 용서를 구하기 시작했습니다.


나아가 종교의 형태는 다신교로도, 일신교로도, 이신교로도 나타났습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몇 종교만 예시로 들어서 설명하겠습니다.

대표적인 다신교는 그리스 로마 신화입니다. 신은 인간보다 뛰어나지만 인간처럼 생각하고 행동합니다. 그리고 인간을 선과 악에 따라 심판하는 최고위 신이 없습니다. 수많은 신이 각자의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풍요를 원하면 대지의 신에게, 행복한 내세를 원하면 죽음의 신에게 기도했습니다. 다신교를 나타내는 키워드는 '만신전'입니다. 여러 신을 동시에 모신 신전이요.

대표적인 일신교는 기독교입니다. 선한 신이 인간의 몸을 입고 내려와 인간을 구원했습니다. 신을 믿고 선행을 하면 천국이 기다리고, 그렇지 않으면 지옥이 기다립니다. 이신교로는 조로아스터교가 있습니다. 선신과 악신이 있습니다. 무조건적으로 선한 신을 보장하던 일신교는 현세에 존재하는 '악'을 설명하기 힘들었는데 조로아스터교는 아닙니다.

그 외에 내면의 수련과 해탈을 중시하는 불교가 있습니다. 세상에 대한 집착을 끊음으로써 부처가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는 쉽지 않았고, 결국에는 세속화되었습니다. 욕심을 버리기 어려우니 결국엔 기복신앙적인 모습이 생기고, 여러 보살을 모시는 만신전의 형태를 띠기도 했습니다.


각 종교는 다른 종교에 영향을 받기도 했습니다. 문화가 끊임없이 부딪히고 융합하며 발전했던 것처럼요. 일신교는 이신교의 영향을 받기도 하고, 수행을 중시하던 불교가 우상숭배와 만신전의 형태를 갖기도 했습니다. 한 종교가 세가 커져 다른 종교를 잡아먹는다 하더라도 서로 영향을 주고받았음은 분명합니다.

밀라노 칙령을 그린 그림입니다.

313년, 로마는 밀라노 칙령으로 기독교를 국교로 공인했습니다. 그 이유를 지금의 학자들은 많은 방식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랬는지는 확실치 않습니다. 일신교가 사회의 통합을 이루기 좋아서일까요? 혹은, 정말 콘스탄티누스가 기독교적인 체험을 했을까요? 결국에는 서구 세계에 기독교가 확산되고, 현재 기독교를 기반으로 한 나라가 세워지게 되었습니다.

기독교와 마찬가지로 어떤 종교가 우세하게 된 이유를 결과론적으로 설명하기는 힘듭니다. 현대의 역사가들이 여러 이유를 들지만, 당시 시대상을 깊게 파고들면 들수록 복잡한 역학관계가 얽혀 있습니다. 그저 우리는 가능성을 짐작할 뿐입니다. 중요한 것은, 종교는 공동체를 묶는 약속이였으며, 끊임없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았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는 인류 통합에 크게 기여했으며, 현재진행형입니다.


3. 인간 숭배와 이데올로기


제국주의가 지구 제국주의로 나타났다는 것, 기억하시나요? 제국주의는 '제국'이라는 얼굴을 쏙 가린 채로 지구를 하나로 통합하고 있습니다. 종교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전통적인 '종교'라는 얼굴을 숨긴 채, 사피엔스들의 말과 행동에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바로 '이데올로기', 즉 이념입니다.

종교는 신을 숭배합니다. 그러나 이데올로기는 인간을 숭배합니다. 인본주의로 개념화할 수 있습니다. 인간을 숭배하는 종교, 즉 인본주의적 이데올로기는 공통적으로 호모 사피엔스는 다른 종족과 구별되는 유일무이하고 신성한 존재라고 전제-인간성이 있다-합니다. 그러나 전통적인 종교가 여러 형태가 있듯이, 인간 숭배도 여러 형태로 나타났습니다. 세 가지 예를 들어 인간 숭배의 모양새를 살펴보겠습니다.


자유주의. 자유주의가 숭배하는 인간성은 '인권'입니다. 이는 사피엔스 개인에게 보편타당하게 부여된 것입니다. (물론 누구를 '사피엔스'로 정의할 것은 다른 문제지만요.) 그러니 개인의 자유를 보장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사회주의. 사회주의가 숭배하는 인간성은 '평등'입니다. 사실 자유와 평등은 양립하기 힘들어 보입니다. 완전한 평등을 위해서는 누군가가 자유를 희생해야 합니다. 사회주의적 인본주의는 모든 인간의 평등을 추구해야 합니다.
자유주의와 사회주의는 인간의 내면과 모두의 평등을 담보한 일신론적인 성격을 가집니다. 인간성은 하늘에서 부여되었으니 절대 손댈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독일 노동당기인 하켄크로이츠입니다. 국가사회주의의 상징이지요.

나치즘(국가사회주의). 나치즘은 인간은 변할 수 있는 존재라고 보았습니다. 진화할 수도, 퇴화할 수도 있습니다. 본인(아리아인)이 우월하고 다른 종족은 열등하기 때문에, 다른 종족은 자연선택에서 탈락시켜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즉, 인간이 초인으로 진화하기를 바랐습니다.

세 이데올로기 모두 나름의 인간성을 추구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그 결과는 극명하게 갈렸지만요. 그리고 이 인본주의적 종교는 초자연적인 '신'만 없었을 뿐이지 가치판단과 도덕규범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현재 나치즘은 전복되고, 사회주의는 실패했습니다. 세계는 자유주의가 강세입니다. 그러나 인간을 속박하는 종교는 언제나 모습을 바꿔왔습니다. 지금의 자유주의가 나중에는 어떤 형태로 존재할지, 모르는 일입니다.


다음 글은 이 책의 마지막 장, 제 4부. 과학 혁명을 읽어드리겠습니다.
21.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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