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곽선생님입니다. 오늘은 유발 하라리의 저서, [사피엔스]를 읽어드릴게요. 유발 하라리는 이스라엘 하이파에서 태어나, 2002년 영국 옥스퍼드 대학교에서 중세 전쟁사로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지금은 예루살렘의 히브리 대학교에서 역사학 교수로 재직 중입니다. 하라리 박사는 거시적이고 다양한 시각(전쟁사 뿐이 아니라, 생물학, 과학, 사회학, 인류학 등)으로 역사를 바라봅니다.
키워드
오직 살아남은 것은 호모 사피엔스
그들에게 인지 혁명이 일어났기 때문에!
인지 혁명: 존재하지 않는 것을 상상할 수 있는 능력
부족을 넘어 국가와 종교를 세우다
오늘 읽어볼 사피엔스는, 하라리 박사가 바라보는 '인류의 역사'를 알려주는 책입니다. 이를 단순히 역사책이라고 생각하기는 어렵습니다. 당연히 과거부터 현재의 흐름을 다루다보니 역사학적인 요소가 큽니다만, 여러 학문을 녹여서 맛있게 볶은 뒤(?) 입 앞까지 떠주는 인류학 책이라고 생각해요. 비단 '몇 년도에 무슨 사건이 있었고~'가 중요한 것이 아니고요. 인류(엄밀히 말해선 사피엔스에게) 닥친 세 가지 혁명으로 인해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또 앞으로 무슨 일이 있을 지 살펴보는 책입니다.
1. 처음
여러분, '호모 ㅇㅇㅇㅇ'라는 말 들어보셨나요? 호모 하빌리스, 호모 에렉투스, (현생 인류라고 일컬어지는)호모 사피엔스 혹은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 등이요. 요즘에는 '즐기는 사람'이라는 뜻의 호모 루덴스라는 말도 쓰고요. 공통적으로 '호모homo'라는 분류에 속하는 말인 것 같아요.
짐작하셨듯이 이 '호모'라는 단어는 'human'이라는 뜻입니다. 그러니 '호모 에렉투스homo erectus'는 'erect'라는 어원을 사용했으니 '두 발로 걷는 사람'이라는 뜻이고요.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는 'sapio(현명하다, 슬기롭다)'라는 어원을 사용했으니 '슬기로운 사람'이라는 뜻입니다.
놀랍게도 이 '호모 ㅇㅇㅇㅇ'시리즈는 수십 가지가 있고요, 아직도 발견되지 못한 속(분류)이 있답니다. 그러니 과거에 얼마나 많은 '호모 시리즈'가 더 있었는지는 모르는 일이지요. 아무튼 수많은 사람 속, 그러니까 '호모'를 앞에 달고 있는 분류가 있는데, 이를 통칭하면 (과거의) '인류'라고 할 수 있겠네요.
그 중 호모 사피엔스는 현생 인류입니다. 그리고 수많은 과거의 인류 중에 현재는 '호모 사피엔스' 하나만 남아있다고 여겨집니다. 이 책의 제목이 '사피엔스'인 이유를 여기서 알 수 있습니다. 저자는 여러 인류의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현생 인류인 사피엔스에 국한하여 인류의 역사를 설명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저자는 여기서 놀라운 사실을 제시하는데요, 사실 순도 100%의 '호모 사피엔스' 유전자만 남아 있는 것이 아니라 일부분 다른 '호모'의 유전자도 섞여 있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그러니까 말하자면 다른 속-종족끼리 실제로 관계를 맺어서 후손을 낳았다는 말인데요, 여기에 대해선 뒤에 다루겠습니다.)
하지만 왜 '사피엔스'만 살아남았을까요? 그리고 왜 하라리 박사는 사피엔스에 국한하여 세 가지 설명을 할 수 밖에 없게 되었을까요? 그 이유는, 세 가지 혁명인 "인지혁명, 농업혁명, 과학 혁명"이 사피엔스에게 일어났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시작인 "인지혁명"이 사피엔스에게만 일어났기에 우리가 지금 이 자리에 호모 사피엔스로 앉아있을 수 있습니다.
서론이 길었네요. 이번 시간에는 제 1부. 인지혁명에 대해 읽어드리겠습니다.
2. 인지혁명
엘빈 토플러의 '제 3의 물결'이라는 책 아세요? 이제는 고전이 되어버린 책입니다. 엘빈 토플러의 물결이론에 따르면 인류는 세 큰 물결을 통해 발전해왔고, 그 발전속도는 가속도가 붙어서 급격히 빨라지고 있다고 합니다. 대략 설명하자면 제 1의 물결이 '농업 혁명', 제 2의 물결이 '제 1차 산업 혁명', 제 3의 물결이 '제 2차 산업 혁명' ....... 이고요. 우리는 익히 들어 왔듯이 '제 4차 산업 혁명'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기술의 급격한 발전, 융합, 창의성, AI의 대두, 기술적 특이점에 대한 기대 등이 키워드지요.
'사피엔스'의 구조도 위와 비슷합니다. 단, '제 3의 물결'에서는 농업 이후 산업과 과학기술의 발달에 방점을 두어 물결을 구분하고 미래를 예측했다면 하라리 박사는 보다 역사학적, 사회학적, 인류학적 색채를 강하게 넣어서 이를 설명합니다. (오해가 있을까봐 말씀드립니다. 제 3의 물결은 과학책이 아닙니다! 이 책도 나중에 읽어드릴게요.)
하라리 박사가 알려주는 첫 번째 혁명은 '인지혁명'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인류 속, 그러니까 '호모 ㅇㅇㅇㅇ'시리즈를 현생 인류인 호모 사피엔스에 이르기까지의 발전 단계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사실은 이러한 과거의 인류들은 같은 시대에 함께 존재했습니다. 예를 들어서 A동네에는 호모 ㅇㅇㅇㅇ가, B동네에는 호모 ㅁㅁㅁㅁ가, C동네에는 호모 △△△△가 존재했다는 말이지요.
우리가 여기서 가질 수 있는 의문이 하나 있습니다. "어째서 '호모 사피엔스'의 유전자가 현생 인류의 유전자 풀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을까?" 그 해답 중 하나로 하라리는 '형제 살해범 사피엔스' 이론을 알려줍니다.
쉽게 말해서요, 아프리카 한 구석에서 옹기종기 모여 살고 있던 호모 사피엔스가 아라비아 반도로 이사를 갑니다. 그리고 그 동네에는 여러 다른 종류의 인간들이 먼저 정착해 있었지요. 그런데 그 동네에 거주하던 네안데르탈 인과 치열한 다툼을 벌이고, 그 지역을 차지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이를 '교체이론'이라고 합니다. 즉, 형제 살해범으로서의 사피엔스를 일컫지요.
다른 이론으로는 '교배 이론'이 있습니다. 싸우지 않고 눈이 맞아 후손을 만들었다는 것입니다. 원래 이 이론은 정설로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비단 과학적인 이유 뿐 아니라, 인종 간 갈등이 얽혀 사회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있었거든요.(단일한 사피엔스 속이라면 괜찮은데, 만일 한 속이 종족적 우월성을 주장한다면.....?) 그런데 앞서 말씀드렸듯, 놀랍게도 지역별 사람들의 유전자를 조사해보니 호모 사피엔스뿐이 아니라 다른 인류의 유전자도 일부 발견되었답니다. 정리하자면, 다수의 교체와 함께 일부분 교배 또한 이루어졌다는 의미입니다.
아무튼 두 이론에서 얻는 시사점이 있습니다. 호모 사피엔스가 세상을 정복하기 시작했다는 것인데요. 그 이유는, 다른 종족과 다른 인류를 뛰어넘는 무기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바로 언어입니다. 이러한 언어의 작용이 곧 인지혁명입니다.
언어의 사용, 그리고 인지 혁명! 이 부분이 오늘 요약의 핵심입니다. 많은 동물들이 언어를 사용합니다. 돌고래는 생각보다 수준 높은 의사소통을 하고요, 곤충은 페로몬으로 정보를 교환합니다. 심지어 앵무새는 인간의 말을 똑같이 따라하기도 하죠. 그러나 호모 사피엔스에게 주어진 언어의 능력은 단순히 '음성 언어의 발산'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① 첫 번째로, 사피엔스를 둘러싼 세계에 대해 많은 정보를 전달할 수 있었습니다. 그 말인 즉슨, 네안데르탈 인과의 전쟁에 있어서 수십 명의 동료들에게 적진의 위치와 지형지물, 부대의 구성 등을 전달할 수 있었다는 말입니다. 사냥에 있어서도 '저기, 사자!'수준의 정보 전달이 아니었습니다. '아까 해가 중천에 떠 있을 때 즈음, 사자가 개울에서 잠을 청하고 있었어. 지금 쯤 자고 있을 거야.' 수준의 복잡한 정보 전달이 가능했습니다. 사실 이 부분은 인간 외의 고등 생물이라면 가능할지도 모릅니다.
② 두 번째로, 사피엔스의 사회적 관계에 대해 더 많은 정보를 전달할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사물과 사냥감 등에 대한 이야기었는데요, 지금부터는 동료 사람들과 사회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쉽게 말해 '뒷담화 언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우리 옆집 똘똘이는 이러이러 했고......', '옆 집 뽀식이가 누구누구와 바람을 피웠고.......' 등이요. 이게 무엇이 그리 대단할까, 생각할 수 있는데요. 이러한 사회적 언어의 사용 방식은 몇 명의 집단을 구성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150명에 달하는 인간을 한 집단으로 모을 수 있었습니다. 그들에게 결속력을 부여했고요. 또, 이러한 사회적 언어의 사용 능력은 다음의 세 번째 언어 능력으로 나아가는 가교 역할을 합니다.
③ 세 번째로,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것들에 대한 정보를 전달하는 능력입니다. 이 언어 능력이 인지 혁명의 핵심입니다. 150명에 달하는 인간을 한 집단으로 모으는 것에 그치지 않거든요. 집단의 리더를 세우고 제사를 지내고 제물을 바치며 신격화했습니다. 몇천 명의 부족민을 하나로 결집할 수 있었습니다. 부족 정신이 무럭무럭 발전하여 국가가 세워졌습니다. 나아가서는 종교가 만들어지고, 수백, 수천 만의 사람들을 하나의 종교로 묶을 수 있었습니다. 현대에서는 실재하지 않지만 그렇게 약속이 되었기 때문에 존재할 수 있는, 유한회사가 나타날 수 있었습니다. 즉, 실재하지 않는 것을 상상하고 약속하고 언어화할 수 있는 능력은 사피엔스를 포식자로 만들어 주었습니다.
지금 2021년을 살아가는 우리가 호모 사피엔스를 만난다면, (언어만 통한다면) 실제로 의사소통을 하는데 어려움은 없을 것입니다. 다소 어색하긴 하겠지만요. 말하자면 호모 사피엔스 이후로 우리는 실제적인 진화가 크게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다른 동물은 급격히 변화하는 환경에 진화하지 않으면 적응할 수 없습니다. 또, 진화하지 않으면 포식자의 위치를 유지하거나 차지할 수 없습니다. 인지혁명을 계기로 호모 사피엔스는 생물적 진화라는 굴레를 벗어던지고 급격한 문화적, 사회적 발전을 이루었습니다. 지구 먹이사슬의 최상위 위치에 도달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이는 후에 이루어질 농업 혁명과 인류의 통합, 과학 혁명의 기반이 됩니다.
3. 차시 예고
다음 시간에는 오늘 이야기에 이어서 '농업 혁명'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이번 시간은 여기까지 할게요.
21.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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