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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책을 읽어드려요/인문교양서

[서평] 공정하다는 착각 (1)

by 곽선생님 2021. 7. 30.

곽선생입니다. 오늘은 마이클 샌델의 '공정하다는 착각'을 읽어드리겠습니다. 항상 드리고 싶은 말이 많아 글이 길어집니다. 요번부터는 아무리 밀도 있는 책이라도 한두 편 안에 끝내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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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YES24


 

'정의란 무엇인가'를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학생 때 읽었으니 시간이 꽤 흘렀네요. 샌델 박사의 '정의론'이 2010년 전후하여 우리 사회에 큰 열풍을 일으켰습니다. 오늘 읽어드릴 '공정하다는 착각'에서도 샌델 박사 특유의 정의와 공정에 대한 시선은 여전합니다. 게다가 이 책은 요즘 시대에 더욱 의미가 깊은 화두를 던집니다.

출처: 교보문고


재미있는 책이었으나, 마냥 술술 읽히지는 않았습니다. 기본적으로 미국의 정치·사회적 상황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펼쳤기 때문입니다. 미국의 대선 이야기, 다문화 노동자들의 유입 이야기, 샌델 박사가 몸담고 있는 하버드 대학의 학력주의 이야기 등이 중요한 예시로 선정되었습니다. 하지만 독자님들도 문득 깨달았을 듯합니다. 위에 나열한 미국의 사회 현상이 기본적으로 우리나라의 그것과 별반 차이가 없다는 것입니다. 심지어는 우리나라에서 미국 이상으로 과열된, 능력주의가 팽배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2021년의 한국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더욱 중요한 책이 아닐지 합니다.

  한 줄 요약
능력주의 속의 불공정한 삶에서 서로 존중하는 시민의 삶으로 나아갈 것


1. 능력이 있으면 누구나 성공할 수 있는 세상?


'아메리칸 드림'으로 이야기를 풀어볼까 합니다. 이민자들이 미국에 가면 성공할 수 있다는 것, 그것이 곧 '아메리칸 드림'입니다. "미국으로 이민 가라!"라는 일차원적인 뜻이 아닙니다. 미국은 기본적으로 다인종·다문화 국가니까, 능력만 있다면 누구나 성공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이런 생각이 확산된 배경이 무엇일까요? 미국은 자유주의와 시장 경제를 근간으로 하는 능력주의 사회이기 때문입니다. 비단 미국뿐 아니라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니, 시장 경제를 기초로 하는 나라는 마찬가지로 능력주의 사회입니다.

능력주의를 쉽게 말하면 "하면 된다!" 사상입니다. 능력주의는 기회의 평등을 전제합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곽선생이든, 독자 여러분이든, 옆집 똘똘이든, 앞집 뽀식이든 동일한 기회를 부여받습니다. 또, 우리나라는 누구에게나 의무교육의 기회를 줍니다. 어린이가 초·중등교육을 이수하지 못할 경우 보호자는 처벌받습니다. 대학 입시도 마찬가지입니다. 부자라고 해서 수능 문제가 어려워 지고, 가난하다고 쉬워지지 않습니다. 기업이 신입 사원을 뽑을 경우에도 지원자의 생김새나 소득 수준과 같은 것에 차별을 두지 않습니다. 오직 우리가 사회에서 얻는 지위는 우리의 능력으로 결정되는 것입니다. 능력을 잘 계발하기만 하면 누구나 부자가 될 수 있습니다. 이런 능력주의는 꽤 오랜시간 우리 사상을 지배하고 있고, 능력주의 사회는 잘만 돌아가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니 능력주의는 진정한 평등으로 보입니다.

벌써 10년이 훌쩍 넘은, 드라마 '꽃보다 남자'의 백마탄 왕자들인 'F4'입니다. 이 양반들은 집안이 겁나게 잘 삽니다. 여러분이 솔직히 드라마 속 이 분들보다 무슨 능력이 부족하겠습니까? (외모는.. 슬프니까 여기까지..)

그러나 우리 사회는 결코 공정하지 않습니다. 또 우리는 이 사회 속 사람들에게 주어지는 기회가 평등하다고 느끼지 않습니다. 우리 사회의 재벌은 몇십 년동안 계속 부를 축적해왔습니다. 가난한 사람은 여전히 가난합니다. 그냥저냥 먹고 사는 중산층은 죽을 때까지 이 계층을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지 못합니다. 우리는 이렇게 생각하곤 합니다. "저 정치인, 저 부자보다 내가 못한 것이 뭔데? 내가 왜 이렇게 구질구질하게 살아야 하지? 나는 저 사람보다 능력이 있어."라고요. 혹은 이렇게 생각하기도 합니다. "외국의 어떤 사람은 마약 딜러같은 불법적인 일을 하면서 돈을 갈퀴로 쓸어담아. 그리고 TV에 나오는 저 재벌 3세들은 탱자탱자 놀기만 해도 평생 유흥을 즐기며 먹고 살 수 있어. 그런데 난 왜 대학원까지 나왔는데도 한 달에 300도 못 버는 거야? 내가 더 많이 노력했는데."

구글링을 하다 재미있는 만화를 찾아서 가져왔어요.



과연 능력주의는 우리가 가진 능력대로 사회적인 지위와 부를 제공하고 있을까요? 정말 기회는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주어질까요? 편부모 가정에서 자라난 기초생활수급자 어린이와, 대치동에서 유복하게 자라난 어린이가 같은 수능 시험을 친다고 해서 평등한 조건 하에서 입시 시장에 뛰어들었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또, 좋은 글쓰기 재능을 가진 어린이가 자라서 작가가 되어 입에 풀칠이나 하며 살게 된 경우와, 좋은 수학문제 풀이 실력을 가진 어린이가 자라서 의사가 된 경우를 비교하면, 시장 경제 하의 능력주의 사회가 과연 누구에게나 만족할 만한 지위를 제공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능력주의는 두 가지 측면에서 평등하지 않으며, 공정하지 않습니다.
첫째로, 기회가 누구에게나 평등하지 않다는 점입니다. 자유주의와 시장경제 사회가 도래하여 계급이 없어진 것처럼 보입니다. 역사책에서 볼 수 있듯 왕과 귀족, 평민과 노비가 있지 않잖아요. 그런데 지금의 능력주의 사회는 본질적으로 계급주의 사회와 유사합니다. 잘 사는 사람은 좋은 소득 수준으로, 유복한 가정환경 아래서 아이들에게 고액 과외를 시키거나 학원을 다니게 합니다.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아이들에게 밥 세 끼 잘 먹이는 것도 힘들고, 맞벌이 하느라 애들 얼굴 보기도 어렵습니다. 재벌은 계속 재벌이고, 가난한 삶은 계속 가난합니다. 그러다보니 높은 사회적 지위가 있다고 여겨지는 직업들은 특정 계층에서 계속 취득하게 됩니다. 사회적 지위가 낮은 계층의 사람들은 아무리 능력이 있고 노력을 하더라도 쉽사리 높은 계층으로 올라갈 수 없습니다. 한 계층 속에서 순환고리가 생기는 것입니다. 능력주의 사회가 공정하고 평등하다고 여겨지는 이유는 계급주의 사회에서 찾아볼 수 없는 사회적 유동성을 전제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능력주의 사회는 결코 높은 유동성을 보장하지 않습니다.

둘째로, 능력주의 사회 속에서는 능력이 있는 사람이 곧 도덕적으로 우월하고 좋은 사람이라고 여겨집니다. "내가 잘 사는 이유는 내가 능력이 있어서 그런 거야. 그리고 우리 사회는 노력해서 능력을 계발한 사람이 인정받는 사회지." 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내가 높은 사회적 지위를 취득한 이유는 100% 나의 노력과 능력에 기인한 것이 아닙니다. 남들보다 좋은 가정환경에서 좋은 교육 기회를 부여받아서일 수 있습니다. 혹은 다른 사람에게 주어지지 않은 행운을 많이 거머쥐었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내가 능력이 생기고, 그 능력으로 많은 돈을 벌고 명예를 얻었다고 해서 꼭 도덕적으로 선한 것이 아닙니다. 이 생각의 더 큰 문제점은, 능력이 없는 사람을 불쌍하고 한심한 사람으로 여기게 된다는 점입니다. 심지어는 아무리 열심히 노력하고, 열심히 일하고 있더라도 자신이 능력이 없거나 일에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면 "나는 쓰레기야."라고 자기비하를 하게 됩니다. 심리적으로 자살합니다. 능력주의 사회에서는 능력이 없는 사람은 곧 나쁜 사람으로 치부됩니다.

수요와 공급 곡선입니다. 어떤 일이 얼마큼의 소득을 보장하는지는 우연찮게 정해진 것입니다.



사실 어떤 일이 높은 소득을 보장한다면, 이는 우연히 수요와 공급이 맞아서 그만한 가치가 창출되었을 뿐이지 그것이 '좋은 일'이라서, '능력이 있어야 거머쥘 수 있는 일'이라서가 아닙니다. 저는 애들 가르치는 일을 너무나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고귀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만, 극단적으로 미국 뒷골목 마약상이 저보다 돈 훨씬 많이 벌고 있습니다. 아무튼 이처럼 돈 많이 버는 일이 마냥 좋은 일도 아니고, 내가 좋은 직업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모두에게 주어진 평등한 기회 속에서 나만의 노력으로 이를 성취한 것도 아닙니다. 능력이 있다고 해서 좋은 사람도 아니고, 없다고 해서 실패한 사람도 아닙니다. 우리 사회의 능력주의는 일견 공정해보이지만, 이는 큰 착각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능력주의에 대한 간략한 설명과 문제점을 짚었습니다. 다음 글은 우리 사회의 병폐인 학력주의를 중심으로, 나아가야 할 공동선을 정리하며 글을 마무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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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공정하다는 착각 (2) - 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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