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번 글에 이어 씁니다.
[만담] 반디앤루니스(서울문고)의 부도, 그리고 종이책 (1) https://book4child.tistory.com/2
3. 반디앤루니스의 부도, 왜?
다. 세 번째 원인: 도서정가제
도서정가제에 대해서는 글을 적으면서도 참 고민이 많이 됩니다. 보수니 진보니, 좌파니 우파니 하는 이야기는 싫어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서정가제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에는 소위 '정치적'인 스탠스를 취하지 아니하는 것이 굉장히 힘듭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디앤루니스와 같은 대형 서점의 몰락의 이유로서 도서정가제를 드는 사람들이 많으니 다루지 않고 넘어갈 수 없는데요. 독자 여러분께서 글을 읽고 여러 생각이 드신다면 댓글로 말씀해주세요.
도서정가제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다소 어려운 이야기부터 드릴게요. 도서정가제는, '출판문화산업 제 22조(간행물 정가 표시 및 판매)'에 의한 제도입니다. 이것이 무엇이냐? 그 조항들을 간략하게 요약드리자면.......
(아래는 도서정가제와 관련한 법령입니다.)
가) 책의 정가를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적어 파세요.
나) 정가대로 판매하되, 어쩔 수 없다면 15% 내외에서 경제적 이익을 조정하세요. 이 경우 마일리지(적립금)로 5%를 주더라도 가격의 할인은 10%로 유지하세요.(ex. 10000원짜리 책을 9000원에 판매하시고 500원은 마일리지로 제공해야 해요. 그러면 8500원 꼴이네요.)
다) 3년 마다 검사할 테니, 위의 내용을 시행하지 않으면 과태료를 부과할게요.
우리나라는 2003년부터 도서정가제를 시행하기 시작했고, 2014년 11월 가격 할인을 15%로 제한하는 개정안이 시행되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세계적으로 도서정가제를 실행하고 있습니다. 예컨대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일본 등 선진국이지요.
도서정가제를 실행하기 이전, 대형 서점과 온라인 대형 서점에서는 여러 사은품을 주곤 했습니다. 또 명백한 법이 없다 보니 큰 할인율을 주고는 했죠. 예를들어 '동네문고'에서는 9000원 현금에 팔던 책을 '대형문고'에서는 8000원에 팔며 마일리지와 사은품까지 주곤 했다는 말입니다. 쉽게 말하자면, 영세 서점이 살아남기 힘든 구조였습니다.
도서정가제의 배경을 말씀드릴게요. 이러한 대형 서점의 마케팅 하에서, 대형 서점과 영세 서점이 같은 가격의 책을 판매함으로써 도서 시장 내에서의 부의 편향을 막고, 영세 서점의 성장을 도우려는 의도입니다. 그렇다 보니, 대형 서점에서 책을 살 이유가 없었습니다.
예컨대 집 앞 '동네문고'와 멀리 떨어진 '교보문고'가 같은 가격으로 책을 판매한다면 여러분은 어느 서점에 가서 책을 구매하시겠습니까? 당연히 가까운 '동네문고'겠지요. 하지만 안타깝게도, 도서정가제 시행 이후에도 '동네문고'와 같은 영세 서점은 호황을 누리지 못했습니다. 그 이유를 꼽자면, 서점의 마케팅 범위도 있겠습니다만 도매 가격의 차이를 들 수 있겠네요.
예컨대 정가 10,000원짜리 책이 있다면 대형 서점은 5000~6500원 수준에서 도매가를 지불하고 책을 구매했고요, '동네문고'와 같은 영세 서점은 7000원~7500원 수준에서 도매가를 지불하고 책을 구매했어요. 영세 서점이 비싼 값을 주고 책을 살 수밖에 없는 구조였습니다. 같은 가격으로 팔더라도 영세 서점이 비교적 손해를 볼 수밖에 없었지요.
아무튼 이렇다 보니 대형 서점이든 영세 서점이든 간에 도서정가제로 어려움을 겪었어요. 대형 서점은 큰 임대료와 운영비, 매물을 소화하기 위해서 가격 정책을 조절해야 하는데 도서정가제로 어려움이 생겼습니다. 영세 서점은 영세 서점대로 도매 가격의 차이로 어려움이 있었고요.
그러다 보니 '완전도서정가제'를 운영하여서 현금 위주의 투명한 유통구조를 보장하라는 말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그러자 이번에는 전자책의 경우에도 완전도서 정가제를 적용해야 하는지 논의가 생겼어요. 또 도서정가제는 중고책의 경우 적용되지 않는다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여러 플랫폼이 중고책 시장을 늘려감에 따라 새 책은 더욱 팔리지 않는 문제점이 대두되었지요.
이렇게 시작은 참 좋았지만 여러 문제점이 꼬리를 물고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책의 수요와 공급도 자유시장에 맡기는 게 맞지 않나라는 생각을 합니다. 다만, 책은 모두가 향유해야 하는 권리이자 의무(?), 또한 인간이 누려야 할 복지라고 생각해서 어느 정도 정책적인 지원과 보조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자세한 내용은 다른 글에서 다루어 볼게요.
정리하자면, 반디앤루니스의 몰락-부도 중 하나의 이유는, 도서정가제의 확산에 따른 시장 위축과 수입 감소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사업운용방식과 마케팅 방식 등에 따라 도서의 가격을 책정할 수 없어, 늘어나는 손해를 감수할 수 없었다는 점입니다.
라. 종이책 수요자들의 감소
이 부분은 저의 생각이 많은 비중을 차지할 것 같습니다. 앞서 말했듯이, 2017년 반디앤루니스는 부도의 위기를 겪었지요. 그리고 그 시기에 공교롭게도, 경쟁업체들은 전자책의 사업비중을 급격히 확장하기 시작했습니다.
사실 누구라도 책을 살 때 인터넷으로 주문하는 것이 편합니다. 태블릿이나 전자책 리더를 사면 앉은 자리에서 바로 책을 구매해 읽을 수 있으니 말해 뭐해요. 저도 인터넷 쇼핑으로 책을 많이 구매하고, 휴대전화와 태블릿 기기로 책을 가볍게 읽기도 합니다.
전자책의 장점은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무거운 책을 가지고 다니지 않아도 어디에서나 책을 읽을 수 있고요, 펜이 없어도 하이라이트 표시를 하고 즐겨찾기도 할 수 있고요, 잊어버린 내용을 검색으로 금방 찾을 수도 있고요, 보관도 장기적이고 용이하고, 자원도 아낄 수 있고요.......
게다가 도서정가제가 시행되고, 강화되고 있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전자책 가격은 종이책보다 낮게 형성되어 있습니다. 여러모로 보더라도 전자책을 즐기지 않을 이유가 없습니다.
다만 제가 걱정되는 것은, 시장의 변화를 따라갈 수 없는 서점과 출판사들의 몰락입니다. 지금 전자책 시장이 굉장히 빠르게 확장되고 있는데요, 많은 서점과 출판사들도 전자책을 서비스하기 시작했습니다. 요즘에는 밀리의 서재와 같은 '구독'서비스가 제공되어 싼 가격에 여러 책을 읽을 수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 적응하지 못하는 서점과 출판사는 위축될 수밖에 없습니다. 종이책을 전자책으로 바꾸려면, 단순히 페이지마다 스캔을 해서 업로드할 수는 없거든요. 보다 복잡한 과정이 필요합니다.
그러다 보니 서점의 수는 전체적으로 줄어듭니다. 길거리에서 무심코 서점에 들르고, 책을 들춰보는 일이 적어집니다. 우리는 서점에 발을 딛기보다는 누리집을 방문하고, 전자책을 구매합니다. 저는 이러한 현상이 단순히 종이책 사용자가 전자책 시장으로 이동하는 것이 아니라, 절대적인 독서 인구를 감소시킨다고 생각합니다.
4. 마무리
지금까지 반디앤루니스의 부도에 대해 제 생각을 곁들여 원인을 짚어드렸습니다. 코로나 사태, 예견된 부도, 도서정가제, 종이책 수요자의 감소 등이었습니다. 사실은 마냥 서울문고와 반디앤루니스만 안타깝게 여길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대금을 받지 못한 출판사와 업체 사장님들의 고통도 공감을 해야겠지요.
중요한 것은, 우리가 생각해 보아야 할 부분이 단순히 자본과 시장의 역학관계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서점과 출판업계의 축소, 그리고 몇몇 서점만 크게 성장하게 되는 가장 큰 이유는, 다름 아닌 독서 인구의 감소가 아닐까 합니다.
2017년부터 부도의 위기를 겪고, 코로나 사태를 겪으며 결국엔 찾아볼 수 없게 된 반디앤루니스. 책을 즐기는 국민이 많다면 경영난을 딛고 좋은 책들을 많이 소개해줬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종이책 이야기를 드렸는데요. 저는 종이책을 사랑하는 것이, 책을 좋아하는 독자가 되는 시작점이라고 봅니다. 독서는 그 자체가 목적이자 과정입니다. 좋은 책을 고르기 위해서는 예쁜 서점에 들러 내가 직접 책을 들고 전체 내용을 살펴봐야 하고요. 자리에 가만히 앉아서 책장을 하나하나 넘기는 감성도 참 소중합니다. 그리고 남은 페이지가 점차 줄어드는 모습에 오는 성취감과, 좋은 책이 끝나간다는 아쉬움도 빼놓을 수 없지요. 종이책을 즐길 수 있는 이유를 짚자면 며칠 밤을 새도 모자라기에 이만 줄입니다.
실물로 존재하는 책이 번거로울 수도 있지만, 오히려 실물이기에 소중한 것이 종이책입니다. 저도 종이책과 전자책을 모두 이용하지만요. 첫 글을 반디앤루니스(서울문고)의 부도와 종이책에 대한 이야기로 열어보았습니다. 앞으로는 여러 책들을 소개하며, 사회적 이슈와 개인적인 생각을 만담으로 적을게요.
이번 시간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긴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202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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