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1. 만담

[만담] 반디앤루니스(서울문고)의 부도, 그리고 종이책 (1)

by 곽선생님 2021. 6. 17.

0. 처음

안녕하세요?
티스토리 블로그에서 이렇게 첫인사를 드립니다.
책 읽어주는 곽선생님입니다.

처음을 어떻게 열어야 할지 고민이 많았습니다.
마침 안타까운 일이 있어, 이를 빌려 여러분께 첫 글을 소개합니다.

반디앤루니스 서울 신세계 강남점의 전경, 해당 누리집에서 빌렸습니다.

책이란 넓디넓은 시간의 바다를 지나가는 배다.
                                        -프란시스 베이컨

 

1. 반디앤루니스의 부도(2021년 6월 16일)

2021년 6월 16일, 주식회사 서울문고는 1억 6천만 원 경의 어음을 갚지 못해 부도 처리되었습니다. 그리고 서울문고는 반디앤루니스의 주식회사지요.

간략하게 말씀드리자면, 서울문고는 1988년 무역센터 아케이드 입구에서 시작했습니다. '반디앤루니스'라는 이름은 2000년부터 시작되었고요. 이 반디앤루니스는 서울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는데요, 부도 처리된 당일에도 오프라인 서점을 이용할 수는 있었습니다. 다만 온라인 주문 등은 중단되었어요. 아무튼 부도가 나버린 이상 새로운 물품들이 입고되기는 힘들겠지요.

'물류사정'으로 서비스 중단을 안내하는 누리집. 하루가 지난 지금은 '회사사정'으로 바뀌었습니다.

위에서 프란시스 베이컨의 말을 잠시 빌렸습니다. 프선생께서는 '책이란 넓디넓은 시간의 바다를 지나가는 배'라고 했네요. 지금으로부터 30년이 훌쩍 지난 1988년 경부터 시작한 서울문고. 책이 시간의 바다를 지날지라도 서점은 그렇지 않군요. 망망대해와 같은 시간을 이길 수 있는 것은 없나 봅니다. 

2. '독자'*들의 안타까움

*제 글에서 '독자'는 비단 특정 글을 읽는 사람이 아니라, 책을 사랑하고 독서를 즐기는 '인종'을 말합니다.

여러분, 책 좋아하세요? 이 글에 찾아오는 분들은 기본적으로 책에 대한 사랑을 가슴에 품고 계실 것 같아요. 그 이유는 각자 다양할 것 같습니다. 책을 읽으며 지식을 쌓는 과정에서 얻어지는 카타르시스, 커피 한 잔과 함께하는 독서 시간에 나도 모르게 빠져는 명상 상태, 사진을 찍어 추억을 남기듯 내 머릿속 서고에 한 권 씩 책을 집어넣는 충만감......

제가 책을 좋아하는 이유는, 엉뚱하게도 서점이 좋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종이책이 좋기 때문입니다. 서점에 들르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돌아다니기 일수입니다. 먹먹한 책 냄새, 수많은 사람이 있는데도 묘하게 고요한 분위기, 책을 사랑해서 모인 수많은 사람이 있는 공간이 참 좋아요. 한 때는 태블릿, 휴대전화를 통해서 인터넷에서 책을 쇼핑하고 전자책을 다운로드하여 보고는 했는데요. 분명 똑같은 책인데도 이상하리치만큼 재미있게 읽히지가 않더라고요. 머리와 가슴에 남지도 않고요.

커피 한 잔과 책, 이게 정말 휴식이죠. (보통 한 잔으로 끝나진 않지만요.)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책은 커피와 같아요. 우리가 단순히 카페인을 섭취하기 위해 커피를 마시진 않지요. 카페인으로 인한 각성상태는 단지 얻어지는 것일 뿐, 커피에 얼굴을 가져다 대면 느껴지는 냄새와 맛을 더욱 즐깁니다. 그러다 보니 콜롬비아, 케냐, 에티오피아 등 여러 지역의 원두를 즐기게 됩니다. 마찬가지로 우리 '독자'들은 단순히 글을 읽고 지식을 얻기 위해 책을 보지 않죠. 여기 오신 독자분들 께서는요, 책의 종이 냄새를 맡으며 사락사락 페이지를 넘기는 느낌도, 그 감성도 함께 사랑하시는 분들 이리라 생각합니다.

서론이 길었네요. 왜 이렇게 종이책과 서점에 대해 주저리주저리 말을 늘어놓았냐 하면, 제 기억엔 반디앤루니스는 오프라인 서점에 집중했던 곳입니다. 예컨대 예전 반디앤루니스의 인터넷 서점은 배송이 타 서점보다 상당히 느렸지요. (물론 최근에는 여러 혜택과 마일리지를 많이 주긴 했습니다만.......) 또, 어찌 보면 폭력적으로 전자책 시장을 늘려오던 다른 업체에 비해 다소간 밀리는 모습도 있었습니다.

비단 반디앤루니스뿐이 아니라, 우리가 곳곳에 만나는 대형 서점은 그곳 만의 매력이 있지요. 비록 누리집(웹사이트)을 살펴볼 때마냥 편리하게 자리에 앉아 책을 주문할 수는 없어요. 그러나 발품을 팔아가며 내 책을 탐색하고, 탐구하고, 구매하여 내 손으로 들고 오는 그 과정은 참 소중해요. 그것이 이 반디앤루니스(서울문고)의 부도가 참 안타깝게 느껴지는 점입니다. 또, 이것이 종이책과 서점이 몰락하는 시발점이 아닐지 괜한 고민이 되는 지점입니다. 이런 상상(혹은 망상일지도요.)을 하다 보면, 내 추억들이 말 그대로 '폐점'되는 느낌이 들기도 해요.

반디앤루니스는 '반딧불이'와 달빛을 뜻하는 'Luni'를 합쳐 만든 이름이에요. '형설지공'이라는 고사성어에서 유래했는데요. 이와 관련한 만담은 나중에 다룰게요.

3. 반디앤루니스의 부도, 왜?

이제부터는 독자분들이 정말 궁금해하는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따뜻하고 고풍스러운 느낌을 주는 나의 사랑, 우리의 사랑 반디앤루니스. 대체 왜 부도 하게 됐을까요? 아래의 이야기는 다소 제 주관이 섞여있을 수 있습니다(만담이니까요.)

가. 첫 번째 원인: 글로벌 팬데믹, 코로나 사태

반디앤루니스의 부도를 논하려면 코로나 사태를 빼놓을 수 없지요. 전 세계에 대유행, 전 세계를 대공황 상태로 빠뜨렸던 코로나 바이러스. 이는 2019년부터 시작되었습니다. 혹시 투자를 좋아하는 독자분들이라면, 코스피 지수가 1400대를 터치했던 그 순간을 잊지 못하셨을 거예요.

KDI에서 빌려온 한국은행의 자료입니다. 분기별 경제성장률인데요. 2019년 이후부터 마이너스 대를 기록하였네요.

우리나라뿐이 아니죠. 전 세계의 경제가 휘청였습니다. 세계적인 전염병의 유행으로 소비의 위축, 투자의 위축이 크게 나타났고요, 그 영향은 반디앤루니스도 피할 수 없었어요. 2019년 이후 경영 악화로 출판사들의 거래가 중단되었고요. 자랑이었던 오프라인 점포를 계속 축소해나가기도 했어요. 

우리, 약 1년 반 전쯤으로 돌아가 볼게요. 머리 아픈 경제지식과 지표는 생각할 것도 없고요. 실내는 물론이거니와, 집 앞 공원 나가는 것도 무서워 바들바들 떨던 때가 있었잖아요. 하다못해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서점에 어떻게 사람들이 많이 갈 수 있었을까요. 게다가 반디앤루니스는 교보, 영풍에 이어 우리나라 3위 서점인데요. 교보와 영풍의 입김이 워낙 센지라 그 코로나의 바람을 더욱 세게 맞을 수밖에 없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여러분도 '서점'하면 교보나 영풍을 먼저 떠올리시니까요.

첫 번째 원인으로 코로나 사태를 짚어드렸어요.

나. 두 번째 원인: 이미 예견되어 있었던 경영 악화

여담이지만, 사실 금번 부도사태 이전부터 관련자들은 서울문고의 부도 소식을 익히 알고 있었다고 해요. 한편으로는 당연한 일이지요. 단순히 생각해보더라도, 물품을 납부해야 하고 대금을 정산받아야 하는 문제가 얽혀있으니까요. 어음을 받지 못할까 봐 발을 동동 구르는 업체 선생님들의 심정이 너무나 안타깝습니다.

Non-Sufficient funds. '부도'입니다. 어음이나 수표를 지불해야 되는 때가 있는데요. 그 기한이 지났는데도 돈을 못 받으면.......

앞서 말씀드렸듯, 서울문고는 2021년 6월 16일에 1억 6천만 원의 어음을 갚지 못해 부도 처리되었는데요. 사실 서울문고는 2017년에 부도 위기를 한 번 간신히 넘겼답니다. 은행의 대금을 차입하여 부도를 벗어나는 형태로요. 단순히 말씀드리자면, 은행에서 빚을 내서 빚을 갚는다는 말인데, 그야말로 '아랫돌 빼서 윗돌 괴기'나 다름이 없지요.

이러한 형태를 나쁘게 생각할 이유는 없습니다. 추후 영업이익이 늘어나게 되면 해결될 수 있는 문제니까요. 당시 서울문고 측은 '이 위기를 넘기면 어떻게든 되겠다'라고 생각했을지도 몰라요. 하지만 전술했다시피, 2019년 대형 악재인 코로나가 터지게 되는 바람에 반디앤루니스는 출판사에게 입금을 할 수 없게 되었고요, 결국 부도를 낼 수밖에 없었겠지요.

이상 두 번째 원인으로 이미 예견되어있던 경영 악화를 짚어드렸습니다.

이후, [만담] 반디앤루니스(서울문고)의 부도, 그리고 종이책 (2)로 이어집니다.
다음 내용은 도서정가제와 전자책의 확산입니다.

https://book4child.tistory.com/3

 

[만담] 반디앤루니스(서울문고)의 부도, 그리고 종이책 (2)

안녕하세요? 저번 글에 이어 씁니다. [만담] 반디앤루니스(서울문고)의 부도, 그리고 종이책 (1) https://book4child.tistory.com/2 [만담] 반디앤루니스(서울문고)의 부도, 그리고 종이책 (1) 0. 처음 안녕하

book4child.tistory.com

 

댓글